《그림자 연가》 시즌1
1화. 카메라 너머의 것
서울. 한겨울의 새벽 공기는 뼈를 깎을 듯 차가웠다. 백이연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캠코더의 뷰파인더를 조정했다. 오늘 촬영지는 을지로 골목의 철거 예정지. 오래된 여관과 식당, 그리고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붉은 벽돌 건물 사이를 촬영 중이었다.
"이런 곳에도 이야기가 있을까?"
이연은 중얼이며 렌즈를 조준했다. 다큐멘터리의 주제는 ‘잊힌 서울’. 사라지는 장소의 마지막 이야기를 기록하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았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찰칵.
카메라의 뷰파인더 너머, 건물 창가에 무언가가 보였다. 검고 희미한 형체. 정확히는 사람의 형상이었다. 움직이지도 않았고, 표정도 없었다. 그런데 그 형체는, 이연이 렌즈에서 눈을 떼는 순간 사라졌다.
“……뭐지?”
이연은 다시 캠코더를 확인했다. 분명히 방금, 거기 있었는데. 되감기를 눌렀지만, 화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공허한 프레임 속에 낙엽만 굴러다닐 뿐.
“환각이었을까…”
휴대폰이 울렸다. ‘서울중부경찰서 서도윤 형사’. 어제 인터뷰를 요청했던 강력계 형사다.
“여보세요?”
- “백이연 씨. 지금 근처에 계시죠? 방금 촬영 중이셨다고요. 혹시… 이상한 거 못 보셨습니까?”
“이상한 거요? 어떤…”
- “방금 전 이 거리에서 또 한 명이 사라졌습니다. CCTV엔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는데, 주민들 증언에 따르면, ‘검은 사람’이 따라왔다고 합니다.”
이연의 뒷목이 서늘해졌다. 그녀는 다시 캠코더를 들었다. 렌즈를 통해 바라본 폐건물 창가. 이번에는… 없다. 아무것도.
그러나.
등 뒤에서 바람 소리도, 발소리도 없이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렸다.
‘너, 봤지?’
이연은 돌연 숨이 턱 막혔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분명히 아무도 없는 폐건물 앞, 사람 하나 없는 골목 한가운데에서, 누군가가 속삭였다.
‘그럼 이제, 네가 사라질 차례야.’
[클리프행어]
이연이 본 그림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녀의 영상 속에 찍힌 것이 정말 존재했던 것이라면, 왜 카메라엔 다시 나오지 않는 걸까? 그리고 형사 서도윤이 이연을 찾은 진짜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