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사라진 얼굴들
서울중부경찰서, 강력계 조사실.
“이게 그 영상입니다.”
이연은 캠코더를 조심스럽게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서도윤 형사는 그녀의 손끝을 유심히 바라보다, 무표정하게 재생 버튼을 눌렀다. 스크린에는 을지로의 폐허가 된 골목이 흔들리며 나타났다. 빈 창문, 낡은 간판, 쓸쓸한 노을빛. 그리고——
“멈춰봐요. 여기.”
도윤이 손을 들며 화면을 정지시켰다. 창가.
“이거, 사람 아니에요?”
이연은 숨을 삼켰다. 화면 속에, 분명히 ‘형체’가 있었다. 검은 실루엣, 팔을 들어 창틀을 붙잡은 듯한 모습. 하지만 이연이 확인했을 땐 분명히 없던 것이었다. 되감기를 누르자 형체는 사라졌고, 다시 앞으로 감으면 다시 나타났다.
“편집된 건 아닙니다. 생촬영 영상이에요.” 이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윤은 그녀를 다시 보며 말했다. “사실… 이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네?”
“3개월 전, 한 여대생이 ‘같은 그림자’를 봤다고 신고했습니다. 그 후 사라졌고, 아직 실종 상태죠. 그전에 남긴 유일한 기록이, 이거랑 비슷한 영상이었어요. 우리 수사팀은 그걸 ‘그림자 사건’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그럼… 그게, 진짜로 있는 거란 건가요?”
“있어요. 단지, 우리가 볼 수 없을 뿐이죠. 지금까지는.”
도윤의 눈빛은 분명한 목적을 담고 있었다. 이연이 무언가를 ‘보는’ 능력이 있다는 걸 믿고 있었다. 그건 단순한 카메라 문제도, 환각도 아닌 것이다.
“당신, 지금부터 보호가 필요할지도 몰라요.”
“누구로부터요?”
“그림자에게서.”
도윤의 말이 끝나기도 전, 조사실 형광등이 깜빡이며 꺼졌다. 몇 초간 정적. 그리고——
‘끼익——’
문 너머 복도에서 의자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연은 귀를 막았다. 그 소리는 낯설지 않았다. 어젯밤, 폐건물 골목에서도 들었던 소리였다.
“형사님… 이건… 들리시죠?”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당신은 그림자한테 찍힌 겁니다.”
[클리프행어]
이연은 어떻게 ‘그림자’에게 선택된 것일까? 그리고 도윤은 왜 이 사건에 이토록 집착하는가? 복도에서 들린 정체불명의 소리는 무엇의 예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