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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연가》 시즌1 3화. 당신은 나를 본 사람

writerwilshere 2025. 5. 16. 14:00

3화. 당신은 나를 본 사람

새벽 3시. 이연은 자신이 잠들어 있었던 침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분명히 꿈이 아니었어.”

조사실에서 돌아온 뒤, 그녀는 그날 촬영한 모든 영상과 녹음을 다시 확인했다. 영상 속 그림자는 확실히 ‘보였다’. 하지만 매번 정지화면에서만 나타났고, 조금이라도 화면을 움직이면 형체는 사라졌다. 마치 정면을 응시해야만 존재를 허락하는 존재처럼.

그녀는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람도, 나뭇잎도 움직이지 않는 정적. 그런데 이상하게 창문에 생긴 성에 위로 뭔가 쓰여 있었다.

『너는 나를 봤어.』

이연은 숨을 멈췄다. 그 문장은 분명히 안쪽에서 써진 것이었다. 그녀의 방 안에서.

바로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서도윤 형사’였다.

  • “지금 당장 집 밖으로 나와요. 창문을 보지 말고.”

“왜요? 무슨—”

  • “지금, 당신 방 안에… 들어갔어요. 창문을 통해서.”

이연은 동공이 흔들렸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그 순간.

창문 앞에 ‘무언가’가 서 있었다. 검은 그림자. 안개처럼 흐릿하지만 또렷하게 느껴지는 존재감. 창틀 너머가 아니라, 분명히 안쪽이었다. 그녀의 방 안, 불빛도 없는 어둠 속에서.

그림자는 손을 뻗었다. 마치 무언가를 요구하듯.

“……뭘 원하는 거야?”

그림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계속해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 검은 손가락이 그녀의 가슴팍을 가리켰다.

“……나?”

‘너는 나를 봤다’는 문장이 머릿속을 다시 맴돌았다. 이연은 손끝으로 자신의 심장 부위를 만졌다. 심장이 미친 듯 뛰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심장이 ‘뭔가에’ 붙잡힌 것처럼 멎었다.

“—읍!”

숨이 막혔다. 바닥에 주저앉은 이연은 손으로 바닥을 긁었다. 점점 시야가 어두워지고, 방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하지만——

쿵!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형사복 차림의 서도윤이었다.

“이연 씨!!”

그의 손에 들린 무언가가 그림자를 향해 내던져졌다. 작은 병. 병이 깨지며 퍼진 하얀 안개. 그것이 그림자를 스쳐 지나가자, 그림자는 울음 섞인 비명과 함께 안개처럼 흩어졌다.

조용해진 방.

이연은 헐떡이며 도윤을 바라보았다.

“…그게… 뭐였어요?”

“이건, ‘무형화(無形化)’ 가루입니다. 우리 팀의 비밀 무기 중 하나죠. 그림자에게 실체를 주지 않으면, 얘네는 완전히 형상화되지 못하거든요.”

“그럼… 아까 그건… 죽은 건가요?”

도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건 잠깐 쫓아낸 것뿐이에요. 본격적으로 당신한테 다가오려고 했던 거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분명 당신은 ‘선택된’ 사람입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이 그림자들을 추적하고, 멈추게 만드는 일. 당신이 보일 수 있다면, 가능해요.”


[클리프행어]
왜 이연만이 그림자를 볼 수 있는가? 그리고 그림자가 그녀에게 직접 손을 뻗은 이유는? 도윤이 말한 ‘그림자 추적’의 실체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