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그림자 명단
“그림자에게 ‘이름’이 있다면, 어쩔 것 같습니까?”
서도윤의 질문에 이연은 눈을 크게 떴다. 이름? 그런 존재들에게도?
도윤은 낡은 서류 가방을 꺼내며 말했다.
“우리가 수집한 실종자 리스트입니다. 최근 1년간, 서울 도심에서 증거 없이 사라진 사람만 27명. 경찰은 대체로 ‘자발적 실종’으로 처리했죠. 근데... 특이한 점이 있어요.”
그는 리스트 한 장을 이연에게 내밀었다.
“이 사람들, 실종 전 공통적으로 마지막 목격자에게 한 문장을 남겼습니다. ‘검은 사람’이 나를 따라왔다고.”
이연은 떨리는 손으로 명단을 바라보았다. 하나둘, 그녀가 어릴 적 뉴스에서 봤던 이름도 있었다. 그런데——
“여기 이 이름… 박도연? 이 사람, 저 알아요. 중학교 선배였어요.”
도윤은 시선을 들었다.
“정확히 언제까지 알고 있었죠?”
“제가 중3이었을 때... 졸업하고 몇 달 안 돼서 갑자기 사라졌다고 들었어요. 다들 가출했다고 했지만….”
“박도연은 마지막으로 남긴 말에서 ‘그림자 속에 내 얼굴이 있어’라고 했습니다.”
“… 내 얼굴?”
도윤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연 씨. 당신은 단순한 목격자가 아닐 수도 있어요. 그림자들이 왜 당신을 ‘봤다’고 말하는지 생각해봐야 해요. 혹시… 어릴 때 이상한 기억 없어요?”
이연은 숨을 골랐다. 기억.
어릴 적, 새벽녘이 되면 집 마당에 그림자가 또렷하게 서 있던 기억. 그것은 사람의 형체였고, 자신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어머니는 “그건 네 상상”이라고 했지만, 그 시선은 분명히 실제였다.
“... 기억나요. 어릴 때, 매일 같은 시간에 그림자를 봤어요. 그냥 벽에 비친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는 존재. 난 항상 그게 꿈인 줄 알았어요.”
도윤은 조용히 메모장에 뭔가를 적으며 말했다.
“그 그림자가, 지금 당신을 다시 찾아온 겁니다. 그리고 이번엔—— 다른 그림자들도 같이.”
그는 서류를 한 장 더 꺼내 들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사진. 밝기 보정을 했다는 그 사진에는 흐릿하게 얼굴 윤곽이 있었다.
“이 사람… 박도연입니다. 마지막으로 찍힌 CCTV 화면이에요.”
사진 속 그림자는 분명히 이연이 본 그것과 유사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림자의 어깨너머에 또 다른 그림자 하나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의 얼굴은, 이연의 얼굴이었다.
“이건… 말도 안 돼…”
“당신은 누군가의 그림자가 된 적이 있어요, 백이연 씨. 그리고 지금, 당신 자신이 누군가의 그림자에 들어가 있어요.”
[클리프행어]
이연의 얼굴을 한 그림자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녀는 왜 그림자의 명단 속에서 과거의 지인을 발견하게 되었을까? 과거의 기억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